형이 알려줄게 — 비자 계약 노동 행정 가이드

[알려줄게] 회식 — 형도 외국에선 말 없는 사람이었어

한국에서 일하면 회식이라는 걸 하게 돼.
회사 사람들끼리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자리야. 업무는 아닌데 업무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지.

외국인한테는 이게 제일 어려운 자리일 거야. 형도 알아.
왜 아느냐면 형도 반대편에 앉아봤거든.

형도 외국에선 말 없는 사람이었어

형은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었던 적이 있어. 거기서도 회식 비슷한 자리가 있었지.

솔직히 당황할 건 없었어. 업무할 때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그런데 형은 그 자리에서 거의 말이 없었어.

이유는 하나야. 형이 그 나라 말을 잘 못했거든.
말을 먼저 붙이는 것도 어렵고, 붙였다 쳐도 대화를 이어가는 게 힘들어.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있게 돼.

그래서 형은 확신해.

한국 회식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너는, 그때의 형이야.

재미없어서가 아니고, 어울리기 싫어서도 아니야.
말이 안 나오는 거지. 형은 그 기분을 알아.

혹시 한국 동료가 “왜 이렇게 말이 없어?”라고 물으면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도 악의는 없어. 그냥 말 못 하는 쪽에 앉아본 적이 없는 것뿐이야.

형이 진짜 헷갈렸던 건 식당이었어

회식 자체보다 식당 쓰는 방식이 훨씬 달랐어. 이건 거꾸로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형이 갔던 나라에서는 이랬어.

  • 직원을 소리 내서 부르면 안 된대.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부르는 거라더라. 그게 예의라고
  • 대신 직원이 계속 와. 괜찮냐, 맛있냐, 더 필요한 거 없냐. 형은 이게 오히려 부담스러웠어
  • 계산이 복잡했어. 영수증을 받고, 카드를 주고, 다시 영수증이 오면 거기에 팁을 적어서 서명하고, 그러고 나서야 끝나

나라마다 다르니까 형이 본 게 전부는 아닐 거야. 다만 형한테는 하나하나가 다 낯설었어.

그럼 한국은 어떠냐면, 거의 정반대야.

  • 소리 내서 불러야 해. “저기요” 또는 “여기요”. 테이블에 벨이 있으면 그걸 누르고
  • 안 부르면 안 와. 무례해서가 아니라 안 귀찮게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야
  • 팁이 없어. 계산서에 적힌 금액이 전부야. 더 낼 필요 없어
  • 보통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계산해. 자리에서 카드를 주고받는 곳은 많지 않아

형이 그 나라에서 손을 못 들고 앉아 있었던 것처럼, 너는 지금 “저기요”를 못 하고 있을지도 몰라.
해도 돼. 그게 여기서는 정상이야.

형의 실패담 — 어릴 때 이야기

이제 한국 회식 얘기를 해야지. 먼저 형이 못했던 것부터 말할게.

형도 젊을 땐 권하는 술을 다 받아 마셨어.
뻗어본 적도 있고, 몇 차까지 따라갔다가 다음 날 하루 종일 힘들어한 적도 많아.

⚠️ 형이 제일 후회하는 건 이거야

형은 “술을 못 마신다”고 말한 적이 없어.
대신 “어느 정도는 마신다”고 했지. 그게 화근이었어.

“어느 정도”라는 말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형한테는 두세 잔인데 상대한테는 한 병일 수도 있거든. 그래서 결국 속이 아파서 고생한 날이 훨씬 많았어.

그러니까 너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말해. 그게 서로 편해.

이렇게 말하면 돼

한국말이 서툴러도 괜찮아. 짧게, 웃으면서 말하면 다 통해.

회식 자리에서 쓰는 한마디 다섯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말
  • “저는 술을 못 마셔요” — 아예 못 마실 때. 제일 확실해
  • “한 잔만 할게요” — 조금은 마실 때. 숫자를 말하는 게 핵심이야
  • “내일 일이 있어서요” — 이유를 대면 더 잘 통해
  •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자리에서 나올 때. 이 말만 하면 돼
  • “다음에 꼭 같이 마실게요” — 거절이 미안할 때 붙이는 말

“어느 정도는 마셔요”는 하지 마. 형이 그래서 고생했어.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

여기까지 읽고 겁먹었으면 이 부분을 꼭 봐.
형이 젊을 때 얘기지, 지금은 진짜 많이 달라졌어.

  • 안 마시는 사람은 그냥 안 마셔. 음료수 마시면서 같이 놀면 돼. 아무도 뭐라 안 해
  • 1차만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 적당히 기분 좋을 때 끝내는 거지
  • 더 마시고 싶은 사람들끼리만 따로 한 잔 더 하고 헤어져. 전부 끌고 가지 않아
  •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이 자리 잡았어. 금요일 회식은 민폐라는 말이 나올 정도야

형은 지금이 더 좋아. 솔직히 훨씬 낫다고 생각해.

물론 회사마다 달라. 아직 예전 같은 곳도 있을 거야.
그래도 “요즘 한국 회식은 다 늦게까지 마신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정리하면

  • 말이 없어도 괜찮아. 형도 그랬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못 마시면 처음부터 정확히 말해. “어느 정도”는 금물
  • 1차만 하고 가도 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한마디면 끝
  • 식당에서는 소리 내서 불러. “저기요”는 무례한 게 아니야
  • 팁은 없어. 적힌 금액만 내면 돼

회식은 너를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야. 그냥 같이 밥 먹는 자리야.
형도 외국에서 말 한마디 못 하고 앉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앉아 있었던 건 남더라.

회식 갔다가 곤란했던 일 있으면 형에게 물어봐에 남겨줘. 형이 아는 만큼 답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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