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매일 아침 커피를 마셔.
지금은 집에 커피머신이 있어서 일어나면 한 잔 내려.
머신이 없던 시절에도 어차피 회사 가면 마셨어.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지 안 마신 날은 없어.
그런데 형도 아메리카노를 못 마셨어
이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한국에 오면 다들 이 말을 들을 거야. “뭐 마실래?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국에서 아메리카노는 기본값이야. 뭘 시킬지 모르겠으면 그거 시키면 된다고들 해.
그런데 써서 못 마시는 사람은 어떡해.
형이 그랬어. 아메리카노는 그냥 쓴 물 같았어.
그래서 오랫동안 달달한 커피만 마셨어. 시럽 넣고 우유 넣은 거.
근데 그것도 계속 마시니까 입 안이 텁텁하더라.
마시고 나면 개운하지가 않아. 왜 그런지는 형도 몰라. 그냥 그랬어.
그래서 바꿔봤어.
적응하는 데 걸린 시간 — 일주일
처음 며칠은 여전히 썼어. 그냥 참고 마셨지.
그러다 어느 날부터 쓴 게 안 느껴지더라. 일주일쯤이었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마셔. 오히려 이게 더 개운해.
그러니까 지금 아메리카노가 쓰다고 느껴져도 이상한 게 아니야.
형도 그랬고, 한국 사람도 다 처음부터 마신 게 아니야.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어. 달달한 거 마셔도 아무도 뭐라 안 해.
다만 언젠가 한번 일주일만 해보면 세상이 조금 넓어져. 한국에서 제일 흔하고 제일 싼 음료가 열리거든.
한국은 커피를 진짜 많이 마셔

- 한국 사람은 1년에 405잔을 마셔
- 세계 평균은 152잔이야. 2.7배지
- 나라별로 보면 세계 2위야. 1위는 프랑스
하루에 한 잔 넘게 마신다는 얘기야.
그래서 한국에 오면 카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바로 알게 돼. 한 골목에 서너 개씩 있어.
밥 먹고 커피는 후식이 아니야
한국에서 밥을 먹고 나면 이 말이 나와.
“밥 먹고 커피 한잔 할까?”
이건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말이 아니야.
“아직 헤어지지 말자”는 뜻에 가까워.
밥 먹는 자리는 정신이 없어. 주문하고, 먹고, 계산하고.
진짜 이야기는 커피잔을 들고 앉은 다음부터 시작돼.
그러니까 밥 먹고 커피 하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면 돼.
커피를 안 좋아하면 다른 걸 시켜도 아무도 뭐라 안 해.
회사에서 커피는 쉬는 시간이라는 뜻이야
점심 먹고 나면 다 같이 커피를 사러 가. 그게 산책이고 수다 시간이야.
사무실에 앉아서 마시는 것보다 나가서 사 오는 그 십 분이 진짜 목적일 때가 많아.
일하다 막혔을 때 “커피 한잔 하고 오자”는 말도 자주 해.
커피를 마시자는 게 아니라 잠깐 쉬자는 말이야.
누가 사느냐는 문화도 있어. 사다리 타기나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진 사람이 다 사는 거야. 돌아가면서 사기도 하고.
형도 젊을 땐 그랬어. 한 잔 쏘기 내기도 하고, 순서대로 사기도 하고.
근데 나이 먹고 나니까 그런 걸 잘 안 하게 되더라. 커피값 가지고 따지지 않아. 그냥 필요하면 마시고, 필요하면 산다.
그러니까 사다리를 타자고 하면 놀라지 말고 그냥 참여하면 돼. 걸려도 큰돈은 아니야.
반대로 아무도 그런 말을 안 꺼내도 이상한 게 아니고.
형은 이런 커피가 좋아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 다음에도 취향은 있어.
형은 산미가 강한 건 잘 안 맞아. 신맛이 확 올라오는 것보다 고소하고 크리미한 쪽이 좋아.
이게 형만의 취향은 아닌 것 같아. 한국 카페에 가면 “산미 없이 고소한” 원두를 따로 표시해두는 곳이 많거든.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
주문할 때 이렇게 말하면 돼
- “산미 없는 걸로 주세요” — 신맛이 싫을 때
- “고소한 걸로 주세요” — 위와 비슷한 뜻으로 통해
- “연하게 해주세요” — 진한 게 부담스러울 때. 쓴 게 아직 어렵다면 여기서 시작하면 돼
원두를 두세 가지 두고 골라주는 카페가 많아. 물어보면 설명해줘.
영어가 안 통할까 걱정되면 “산미” 이 한 단어만 알아둬도 돼.
한국 카페에서 알아두면 좋은 것
- “아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아”는 따뜻한(뜨거운) 아메리카노야. 줄여서 그렇게 말해
- “얼죽아”라는 말이 있어.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겨울에도 차가운 걸 마시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야
-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편이야. 노트북 놓고 공부하는 사람도 많아. 다만 자리가 없을 만큼 붐빌 땐 눈치껏
- 텀블러를 가져가면 깎아주는 곳이 있어. 형은 스타벅스에서 해봤어. 큰 프랜차이즈는 대체로 되는데 매장마다 다르니까 물어보는 게 확실해. 매장에서 마실 때가 아니라 테이크아웃할 때 얘기야
집에 커피머신이 오기까지
형은 신혼 때부터 집에서 커피를 마셔보려고 이것저것 해봤어.
캡슐 넣는 것도 써보고, 다른 것도 써보고.

그러다 얼마 전에 결국 커피머신까지 왔어.
솔직히 말하면 형이 산 게 아니라 와이프가 밀어붙인 거야. 형은 “있으면 좋지” 정도였고.

사진 한 장에 몇 년이 다 들어 있어.
까만 게 캡슐머신이야. 지금은 안 써서 먼지만 쌓이고 있어.
사실 그 전에 쓰던 것도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진작 없어졌어.
그러니까 한 번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사고, 써보고, 안 맞아서 밀어두고, 또 사고. 그걸 몇 년 했어.
한국 와서 집에 커피 도구부터 장만할 필요 없다는 말이 그 뜻이야.
지금 와서 보니 잘한 선택이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잔 내리는 그 시간이 하루의 시작이 됐어.
한국에 처음 오면 굳이 기계부터 살 필요는 없어.
편의점 커피도 있고, 저가 커피 브랜드도 많고, 회사나 학교에도 커피는 있어. 형도 몇 년이 걸렸으니까.
커피가 맛있어서 마시는 날도 있고, 그냥 잠깐 앉아 있고 싶어서 마시는 날도 있어.
한국에서 커피 한 잔은 그 십 분을 사는 것에 가까워.
일하다가도, 밥 먹고 나서도, 아침에 혼자서도.
아직 쓴 게 어려우면 천천히 와도 돼. 형도 그랬어.
통계 출처: 유로모니터 (2023년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