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물어봐 — 질문과 답변

[소통] “너 여기서 살 생각 없어?” — 외국 친구가 형에게 물었던 것

외국에 일하러 가 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뭔지 알아?

“너 여기서 살 생각 없어?”

밥 먹다가도, 일 끝나고 인사하다가도 이 질문이 나왔어.
형에게 물어봐 첫 글은 독자 질문이 아니라, 외국 친구들이 형한테 실제로 물어봤던 거야. 이번엔 형이 그 질문에 답해보고, 끝에 너한테도 하나 물어볼게.

그 자리에서 형의 답은 늘 “없어”였어.
근데 집에 와서 마눌님이랑 진지하게 고민해봤고, 솔직히 아직도 결정을 못 했어.
그리고 궁금해졌어. 한국에 온 너는 어떤 고민을 하고 왔을까?

대부분은 인사였고, 몇 분은 진심이었어

형은 외국에 놀러 간 적이 없어. 전부 일 때문에 갔어.

그러다 보니 현지 친구들이 “여기서 살아볼 생각 없어?” 하고 자주 물어봤어.
대부분은 인사치레야. 한국 사람이 “밥 한번 먹자” 하는 거랑 비슷해. 그래서 형도 가볍게 “없어” 하고 넘겼지.

근데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달랐어. 진지하게 권하더라고.

  • “애들 있잖아. 이런 기회에 외국 생활 한번 고려해봐.”
  • “출장 왔으니까 지내보면서 판단해봐. 애들이 적응할지, 생활이 어떤지 직접 겪어보고.”

그분들은 형 사정을 알았어. 그래서 혼자 와서 지내라는 게 아니라, 가족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아보라는 뜻이었어. 가장이 혼자 떨어져 지내는 건 안 맞는다고.

인사치레였으면 웃고 말았을 텐데, 이렇게 말하니까 그냥 넘길 수가 없더라.

집에 와서 마눌님이랑 얘기해봤어

한국에 돌아와서 마눌님(wife)한테 이 얘기를 그대로 전했어. 그리고 같이 고민해봤지.

결과는 싱거웠어. 마눌님 걱정도 형이랑 똑같았거든. 둘 다 성향이 비슷해서, “그래, 가보자!” 하고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도 대충 넘기진 않았어. 마눌님 친구 중에 미국에 사는 분이 있어서, 그분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어. 생활은 어떤지, 애들은 어떻게 적응하는지, 교육은 어떤지.

대답은 생각보다 시원했어.

미국 사는 마눌님 친구가 해준 말

  • “여기서도 알바하면서 충분히 살 수 있어.”
  • “마트 가고, 필요하면 배송 시키고.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 괜찮아.”
  • “애들 교육은 걱정 안 해도 돼. 정착하고 주변에 물어보면 다 잘 알려줘. 친해진 사람도 있고, 같은 나라 사람들도 있고.”

마지막 말이 좀 재밌었어. 모르면 주변에 물어보면 된다. 한국에 온 너한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잖아.

친척들한테도 얘기했더니 역시 가보라는 쪽이었어.

친척들이 해준 말
이런 기회는 아무한테나 오는 게 아니야
기회가 있을 때는 남들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어
우선 가봐. 안 되면 다시 오면 되지
애들이 어릴수록 좋아. 크면 더 가기 힘들어

그래도 형이 망설인 이유

① 제일 큰 건 애들 교육이었어.
“애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외국 생활을 고민해야 하나?” 이게 1순위 고민이었어.
근데 반대편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정작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주변 말만 믿고 애들 외국어랑 더 나은 삶을 위해 환경을 확 바꾸는 게 맞나?

② 남이 잘 적응했다고 나도 괜찮다는 보장은 없어.
마눌님 친구처럼 잘 사는 사람 얘기는 들려. 근데 그게 우리 가족 얘기가 될지는 가봐야 아는 거잖아.

③ 외국에선 아프면 안 돼.
형은 외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내가 아파도 증상을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는데, 애들이 아프면 어떡하지? 병원비는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고. 이 걱정은 끝까지 안 사라졌어.

그리고 늘 막혔던 건 말이야

사실 형이 외국 생활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유는 단순해. 외국에 갈 때마다 항상 말에서 막혔거든.

번역기 돌리고, 안 되면 손짓 발짓. 형은 바디랭귀지를 “만민 공통언어”라고 불러.

“요즘 번역기 좋은데 뭐가 문제야?” 할 수도 있어. 근데 실제로 써보면 정말 불편해.

  • 여러 사람이 같이 얘기할 때 — 번역기 켜는 사이에 대화는 벌써 다음 얘기로 넘어가 있어
  • 손님으로 어딜 갔을 때 — 내가 휴대폰 붙잡고 있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 내가 알 수가 없어 — 이게 제일 답답해. 상대가 고개를 끄덕여도 내 말이 맞게 전해진 건지 모르겠어

며칠 출장이면 버틸 만해. 근데 이걸 매일, 몇 년을 한다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지더라.

그래서 결론은? 아직 고민 중이야

시간은 계속 가고, 애들은 커. 친척들 말대로 크면 클수록 더 가기 힘들어지겠지.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근데 형이 걸리는 건 이거야.
지금 이건 애들이 원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형도 원하는 게 아니야.

둘 다 원하지 않는 걸, 남들 조언만 듣고 “괜찮을 거야”라는 확신 하나로 결정해버리면, 그 짐을 애들한테까지 지우는 것 같았어.

그래서 아직 결정을 못 했어.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절대 안 간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고민 중이야.

이번엔 형이 물어볼게

이 글을 쓰면서 계속 생각난 게 있어.
반대로 일이나 공부 때문에 한국에 온 너는 어땠을까?

너도 누군가한테 “한국 가서 살아봐” 소리를 들었을 거고, 형이 한 고민을 똑같이 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형은 못 한 결정을 너는 먼저 내린 거고.

형이 궁금한 것 세 가지

  1. 한국에 오기 전에 제일 크게 고민한 게 뭐였어?
  2. 막상 살아보니까 한국은 괜찮아?
  3. 너도 말 때문에 막힌 적 있어? 그때 어떻게 했어?

한 줄이라도 좋으니까 댓글로 남겨줘. 남한테 보이기 싫으면 help@koreanhyung.com 으로 보내도 돼.

솔직히 좀 궁금하기도 해. 너희한테 한국 생활을 알려주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면, 형도 외국 생활을 다시 고민하게 될까?
고민이 어느 쪽으로 가든, 그때 또 여기에 쓸게.

이건 형이 못 해줘

이 글은 형네 가족 얘기야. “가라”, “가지 마라”를 대신 정해줄 수는 없어. 형도 아직 못 정했는걸. 사람마다 일, 가족, 비자 사정이 전부 달라.

대신 한국에 살면서 막히는 게 있으면 물어봐. 아는 건 알려주고, 모르면 알아보고, 그래도 모르면 모른다고 할게.


외국에서 아프면 어쩌나 했던 걱정, 한국에 온 너도 똑같을 거야. 그래서 이런 것도 올려뒀어.

형은 아직 답을 못 정했어. 너라면 뭐라고 답할래?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