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요즘 커피믹스를 거의 안 마셔.
아메리카노에 적응한 뒤로는 손이 안 가더라고. 어쩌다 다른 게 없을 때나 한 봉 뜯지.
그런데 그 전에는 커피라고 하면 커피믹스였어.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커피믹스. 카페에 가도 달달한 걸 시켰고.
그래서 형한테 커피믹스는 그냥 흔한 물건이었어. 어디에나 있는 거.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는.
외국 친구들이 이걸 그렇게 좋아하더라
형이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을 때야.
한국에서 가져간 커피믹스를 사무실에 갖다 놨더니 난리가 났어.
형은 그냥 형이 마시려고 챙겨간 건데, 동료들이 하나씩 뜯어 마시더니 엄청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몇 개씩 챙겨주기도 했어. 그러면 또 그렇게 고마워하고.
형은 그게 오히려 신기했어. 이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어서.
그래서 물어봤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달달하고, 엄청 맛있어.”
그게 전부였어. 복잡한 이유가 없더라고.
나중에 보니까 그쪽에서도 한국 커피믹스를 팔긴 팔더라. 다만 한국보다 비싸.
그러니까 한국에서 가져온 게 반가웠던 거지.
컵이 다르니까 개수도 다르더라

여기서 형이 제일 재밌었던 걸 말해줄게.
한국에서는 종이컵에 한 봉을 타. 그게 기본이야.
그런데 외국 친구들은 큰 컵에 두세 봉을 털어 넣더라고.
처음엔 “왜 저렇게 많이 넣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였어.
커피믹스 한 봉은 물 70~90ml 정도에 맞춰져 있어. 한국 종이컵 한 잔 분량이야.
그런데 그쪽 컵은 훨씬 크거든. 한 봉만 넣으면 맹물이 되는 거지.
물건 하나가 그 나라 컵 크기에 맞춰져 있다는 게, 그때 처음 보였어.
봉지로 저어야 제맛이야
커피믹스에는 한국 사람들만 아는 방식이 하나 있어.
뜯은 봉지로 젓는 거야.
숟가락을 안 써. 뜯고 붓고, 그 빈 봉지를 그대로 컵에 넣어서 휘휘 젓지.
이유는 단순해. 봉지 안에 남은 게 아깝거든. 그리고 숟가락을 안 씻어도 되고.
형은 이게 맛도 더 낫다고 생각해. 억지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봉지로 저어야 제맛이야.
그런데 걔들도 다 따라하더라
형이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옆에서 보더니 똑같이 하는 거야.
봉지로 젓고, 다 젓고 나서 그 봉지를 한 번 쭉 빠는 것까지.
형은 그거 보고 웃었어.
말은 잘 안 통해도 이런 건 그냥 옮겨가더라고.
커피믹스가 뭔지 잘 모른다면
한국에 막 왔으면 이게 뭔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 정리해줄게.
- 한 봉에 커피·크리머·설탕이 다 들어 있어. 뜯어서 붓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끝이야
- 물은 70~90ml. 종이컵 기준으로 3분의 2쯤. 많이 부으면 맹맛이 돼
- 어디서나 살 수 있어. 편의점, 마트, 온라인. 한 상자에 수십 봉씩 들어 있어
- 회사 탕비실이나 손님 오는 자리엔 거의 항상 있어. 공짜로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종류도 여러 가지야. 설탕이 들어간 기본형이 제일 흔하고, 크리머와 설탕이 없는 블랙도 있어.
요즘은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쓴 것, 카페인을 뺀 것도 나와. 단 게 부담스러우면 그쪽을 보면 돼.
설탕을 줄이는 방법
스틱 안에는 커피 · 크리머 · 설탕이 층으로 들어 있어. 설탕이 한쪽 끝에 몰려 있지.
그래서 설탕 쪽 끝을 조금만 뜯어서 덜어내면 덜 달게 마실 수 있어.
한국 사람들도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알아두면 쓸 데가 있어.
그래서 형은 지금 뭘 마시냐면
커피믹스를 안 마시게 된 데는 이유가 있어. 집에 머신이 왔거든.
형도 한 번에 여기 온 건 아니야. 순서가 있었어.
- 커피믹스 — 오랫동안 이게 전부였어
- 캡슐머신 — 신혼 때 집에서 마셔보려고 들였어
- 원두를 갈아서 내리는 머신 — 지금은 이걸 써

솔직히 캡슐머신은 잘 안 쓰게 되더라. 지금도 집에 있긴 있어. 먼지 쓴 채로 자리만 지키고 있어.
- 맛이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 캡슐을 계속 사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고
- 무엇보다 마눌님이 생각보다 만족하지 않았어
그래서 결국 어차피 매장 커피를 사 먹게 되더라고. 기계는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지금 쓰는 건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리는 머신이야.
이건 다르더라. 지금은 열심히 집에서 내려 마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잔 내리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됐어.
물론 이번에도 형이 산 게 아니라 마눌님이 밀어붙인 거야. 형은 “있으면 좋지” 정도였고.
지나고 보니 잘한 선택이었어.
형이 아메리카노를 어떻게 마시게 됐는지, 한국에서 커피가 무슨 뜻인지는 여기에 따로 적어뒀어. 먼지 쓴 캡슐머신 사진도 거기 있어.
한국에 막 왔으면 기계부터 살 필요는 없어. 형도 몇 년 걸렸으니까.
커피믹스 한 상자면 한참 마셔. 회사나 학교에도 놓여 있을 거고.
단 게 싫으면 블랙이나 저당을 고르면 되고.
대신 봉지로 젓는 건 꼭 해봐.
형 친구들도 그건 다 따라했어. 빠는 것까지.


